| 호상(好喪) 이라는 말이 있다. |
사전에는 '복을 누리고 오래 산 사람의 상사' 라고 되어있는데, 좀 풀어서 말하자면 고인이 나름대로 천수를 다하셨을 때 쓰는 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인터넷에서도 이런저런 말이 오가고 있는데, 저 '호상' 이라는 표현이 불쾌하다는 사람이 많더라.
'사람이 죽었는데 호상이 어디있나' '아직도 할 일이 많은 분이 이렇게 안타깝게 가셨는데 호상이라니 얕은 소리다.' '초상집에서 할 말이 아니다' 뭐 이런 얘기들..
..........
뭔 소릴(...)
호상이란 말은 초상집에서 조문객들이 유족을 위로하고 유족들이 슬픔을 달래기위해 서로 입에 담는 말이다.
'이 분은 오래 사셨으니 복받은 분이셨다. 호상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
'이 분은 잘 사셨고 오래 사셨으니 복받은 인생이었다. 이만하면 호상이다.'
'이 분은 오래 사셨고 마지막엔 병석에서 오래 고통받지도 않으셨으니 이만하면 아주 호상이다.'
상가에서 어른들이 이런 종류의 말씀들을 주고받으시는 걸 본 적이 없는가 모르겠다.
사람이 죽는건 당연히 슬픈 일이다.
그리고 언제 숨을 거두어도 못다한 일, 아쉬운 일은 항상 남아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먼저 떠난 사람을 마지막 가는 과정까지 좋게 말하고 기억하기 위해 격식과 예의을 갖춘 말이 '호상' 이다.
어줍잖게 주워들은 풍월이나 비뚫어진 시선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잘 죽었다니, 예의도 없는 놈들.' 이란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더라만, 그런 무식 때문에 하나둘씩 멀쩡한 단어가 '나쁜 단어' 로 도매금되어 우리말의 어휘들이 하나둘씩 잊혀지거나 변질되는 건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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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등에서 아직 할일이 많이 남으신 분이 운운하는 걸 들을 때마다 한 생각이
나이가 이미 80을 훌쩍 넘고 있으신 분 좀 쉬게 해드릴 생각은 없냐? ... 였지
하지만 훌륭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