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강력한 추천을 받고 보게 된 디스트릭트9.
극장을 나서면서 처음 머리를 스친 감상은 '표값은 한다. 근데 좀 아쉽긴 하다.' 정도였다.
1960년대 남아공에서 인종분리정책으로 백인전용 거주구역 디스트릭트6 를 만들면서 흑인들을 쫓아냈던 사건을 뒤집어 외계인 난민들을 디스트릭트9에 격리시켰다는 배경 설정에서 시작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인데, 이 설정 자체는 꽤 괜찮았다.
어찌보면 난민촌을 외계인 난민촌으로 -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을 그야말로 이방인(alien)으로 도치시킨것 뿐이지 않나 하는 김새는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이것으로 주인공의 몰락과 인권문제를 100분여의 플레이타임 속에 쉽사리 그려낼 수 있었다.
어쨌든 난민수용소를 둘러싼 사건 하나로 인체실험, 인권문제, 슬럼지역 치안과 행정 문제, 인종차별문제, 테러리즘 등등의 수많은 문제를 한번에 보여줄 수 있는걸 보면 이 난민문제 하나만 잘 공부해보면 현대사회의 논란거리의 절반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새삼 감탄하기도 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봐도 외계인을 난민으로 만들어 난민수용소에 집어넣은 영화를 찍은 발상은 꽤 괜찮았던것 같다.
다만 크리쳐물같은 묘사에 들일 시간을 아껴서 그 외계인들의 제시된 고정관념과는 다른 모습을 비춰주는 데 좀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았을것 같다.
그대로는 그냥 인간들이 미워하는대로 지능 나쁘고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생물일 뿐이지 않나.
물론 주인공이 그런 상황에 처하자 별 수 없이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으로 그 부분을 이해하라고 한 것 같지만, 아무래도 그 정도로는 할애된 시간도 이해할 재료도 부족한듯 싶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궁지에 몰릴대로 몰린 주인공이 살자고 발버둥치다 절도를 하고 급기야는 테러리스트가 되는 장면에선 아무래도 좀 찝찝했다. 이래서야 '그들이 그러는 것도 다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서 그런거야. 우리 모두의 잘못인거지.' 라며 '사회' 의 탓으로 돌려 책임을 흐릿하게 하는 범죄자 변호인같은 논점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내가 진짜 험한 차별을 겪어보지 못한 샌님이라 그런걸까...
이야기의 구조면에선, 극의 후반에서, 10여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치료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며 이를 미루려는 외계인을 배신까지 했던 주인공이 갑자기 돌변해서 자기희생을 각오하고 그 외계인을 죽이려는 인간들과 싸우며 외계인을 피난시키려고 디스트릭트 무쌍을 찍는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무리가 있는 전개가 아니었나 싶다.
우주선 문제도 그렇고.. 좀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이 아쉬움을 자아내긴 했지만 그래도 떠나가는 우주선을 보며 흑인과 백인이 하나가 되어 '얼른 꺼져!' 의 일념을 담아 손을 흔드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였다.
역시 화해의 제일 좋은 방법은 공동의 적의 출현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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