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자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우선은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
그의 추종자는 아니었지만 전직 국가원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비극임은 틀림없으니.
'쿨게이' 소리 들을까봐 사회적인 얘긴 그닥 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이 쪽 관련으로 한 마디 해보자.
뭐, '쿨게이' 소리 들어도 별 수 없지만 내가 지난 정권, 현정권 양쪽 모두에 시선이 곱지 않은건 내 주변 사람들은 알거다.
그렇다고 뭐 내가 '객관적' 이란 헛소린 안하겠다. 객관적인 인간따윈 세상에 없어.
그런걸 떠나서, 당연하게도 이 사건은 어디로 튈 지 모를 폭탄이 되어서 정치권도 검찰도 몸을 사리면서 '수읽기'에 들어갔는데..
글쎄, 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열한 권력과 맞서싸우다 간 개혁의 사도] 로 영웅시하진 못하겠고 그렇다고 '이걸로 관련 비리수사 다 종결됐네. 끝까지 수를 쓴다. 인과응보지.' 같은 악의적인 소리도 못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집요한 표적수사에 의한 사법살인] 이란 말들을 하지만-
이게 집요한 표적수사였는가? 어, 내 생각에도 그건 그래.
이 순환이 유쾌하진 않지만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권의 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현 정권의 기반을 다지는 수법은 아주 유서가 깊지.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행동이 치사한가 정당한가, 정의로운가 그렇지 않은가를 떠나서 권력투쟁의 매커니즘을 생각하면 과식하면 배탈나는것 만큼이나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본다.
카미트리아군은 '대통령이란 매우 강력한 권력인만큼, 퇴임하면 한 번 털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이 역시 경계하게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당성'을 떠나서 '효용성'의 의미에서 나도 동의한다.
요컨데 충분히 예견 가능한 고전적 패턴의 일이었다는 점...
그리고 [정부의 눈치를 본 사법살인] 이라니.. 그런건 한 쪽에 확실한 이득이 있을때나 성립되는 얘기다.
이렇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자칭 보수,진보 진영과 검찰등이 우왕좌왕하면서 수 읽기 들어가는 걸 보면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나 저놈 싫어' 란 이유로 이런 거대 변수를 휙휙 만들만큼 정치판이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의도가 아닌 결과를 근거로 두고 그리 말한다면, 역으로 결과를 두고 '자신의 죽음으로 수사를 종결시키고 동정표를 모으며 지지세력을 집결시키기 위해 수를 쓴거다' 라고 주장 하는 건 근거가 없어보이나?
솔직히 내가 보기엔 그거나 이거나 시각은 반대지만 비슷한 종류의 소리로 보인다.
'집요한 수사로 죽음을 선택하게 했다', '더 큰 비리를 저지른 전두환은 떵떵거리고 사는데' 라는건 글쎄...
지난 정권의 전직 대통령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을 때, 검찰이 '정권이 바뀐 지금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건 표적수사같으니 비리의혹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다' 라고 한다면 그건 제정신으로 보일까?
확실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번 일로 굉장히 괴로웠을거다.
누구나 죄가 있든 없든 수사를 받는다는 건 괴로운 일이고 더군다나 세상의 이목을 받으면서 수사를 받는다는 건 엄청나게 괴로운 일일거다. '전직 대통령' 이란 타이틀과 '수사' 라는 요소가 합쳐지면 주변이 말도 못하게 힘든 상황이 됐을거다. 그 부분에 대해선 확실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죽음을 선택한 건 당사자다. 그가 죽지 않으면 가족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었던 것도 아니고 사건이 유죄가 된다고 사형이 언도될 것도 아니었다.
뇌물수수라는 사건은 그 성격상 확실한 물증확보가 되기도 쉽지 않은지라 의혹제기에 비해 실제로 확실하게 처벌되는 비율은 낮고 무겁게 처벌되는 비율도 낮은데, 실제로 이번 사건도 확실한 물증확보가 된 건 아니라 노무현씨 본인이 법적으로 강한 처벌을 받는 결말로 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기껏해야 포괄적 뇌물수수로 두루뭉실하게 어정쩡하게 받는 정도로 갈 확률이 높았지.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가 비리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서 죽지 않은건 그들이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얼굴에 철판 깔았기 때문이지 검찰이 죽지않도록 애를 썼기 때문이 아니다.
좀 세게 말하면 전두환이 철면피이고 노무현씨가 극단적이었던 것 뿐이지 않나.
'그런 걸 떠나서 그의 정치 이념과 명예에 죽음보다 큰 상처가 생겼으므로..'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럼 그의 행동의 벡터였던 '정면돌파' 로 결백을 주장하든가,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든가 할 일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주변은 몰라도 노무현씨 본인은 확실하게 불리한 상황도 아니었던 시점에서 모든 수사를 무효화 시키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택한 것이 오히려 더 명예롭지 못한 선택이라 본다.
어느 쪽으로든 죽음을 선택한건 그 자신이다.
인간적으론 그 고통에 괴로워했을 것을 동정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 이란 무거운 사회적 책무가 있던 시절의 행적에 대해 조사를 받던 사람이었다. 결백도 유죄도 결정짓지 못한 형태로 폭탄을 던져놓고 가는 건 배임행위다.
권좌에서 물러났다 해도 '전직대통령' 이 주목과 남들 이상의 책임에서 벗어난 '일반인A'가 될 수는 없다.
말해놓고 보니 잔혹한 소리같지만 그런것까지 포함해서 대통령이 되는것 아닌가. 그런 '개인이 아닌 길'을 택한 것도 그의 정치적 선택이었다.
[2MB는 끝나고 어디 곱게 넘어가나 보자] 라는 얘기들..
백번 공감하기 때문에 오히려 반문하고싶다.
[이런 일 없었다면 당신은 훗날 그가 수사를 받게 되었을 때, 집요한 수사에 스트레스 받아 자살할 수도 있으니 살살 하고 넘어가자고 했을 것인가]
국민으로서 서글프지만 나도 훗날 정권이 바뀌었을 때 그를 털면 이번 건보다 훨씬 스케일 크게 나올거라고 생각하는데.. 훗날 그를 호되게 털어야 하는 당위성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복수' 인가?
뭐.. 이래저래 써놓았지만 역시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다 자살했다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큰 사건이다.
팬이냐 안티냐 회색분자냐를 떠나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씁쓸한 마음이 든다.
흠, 마지막 순간까지 많은 논란을 낳고 떠들썩하게 떠나는 건 정말 노무현씨 답다고 해야하나.. 짧은 세월동안 영고성쇠를 모두 보여주고 떠난 일세의 풍운아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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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작년에 봉하마을에서 직접 본 적이 있었는데....거참.
뭐 나도 굳이 정치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그냥 조의만 표하도록 하지.
셀레브리티의 자살 중에서 충격을 받은게 단 3건인데....
이은주의 자살에서는 팬에 가까웠던 만큼 한없이 충격이였고...
최진실의 자살에서는 안 그럴꺼 같았던 사람이 그랬다는 사실을 믿기가 힘들었고...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서는....
너무 많은 생각이 몰려올라와서 머리가 아프다....자살이라 것에 대한 충격보다는 말이지....
더군다나 앞으로 있을 수많은 정치적 판단과 결과에 미칠 영향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고...
죽어서도 순수하게 조의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고민거리를 만들어 내는 죽음이라는 것이..
영광 된 것인지, 그냥 불쌍한 것인지 모르겠다.....
ps. 그의 죽음에 조의를 보낸다...
요즘 타살설이 나오고 있으며 정황 증거도 조금씩 포착되더군요.
역시 이명박 정부는 과거 독재 정권의 애뮬레이터임이 틀림 없습니다.
아니..그 요즘 나도는 타살설은 좀 많이 어거집니다;;